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재미있었던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애플 TV의 Pluribus 시즌 1을 말하게 될 것 같다.
처음 이 드라마에 관심이 간 이유는 제작자가 ‘빈스 길리건’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Breaking Bad, Better Call Saul을 만든 제작자.
그래서인지 이 작품 역시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를 주요 무대로 한다!!
이제 앨버커키라는 도시는 내게 단순한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니라, 언젠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건조한 풍경, 넓은 하늘, 어딘가 황량하면서도 이상하게 매력적인 분위기.
일단, 이 드라마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SF!!
그런데 흔한 방식의 SF는 아니다.
외계인들과 전쟁을 하고, 우주선이 폭발하고, 인류가 무기를 들고 맞서는 이야기는 이제 조금 식상하다.
Pluribus가 흥미로운 점은 지능적인 외계 생명체와 접촉한다는 설정을 훨씬 조용하고 기묘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침공은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친절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세상이 갑자기 행복해지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며, 아무도 갈등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 좋은 세계일까?
이 드라마는 그 질문을 계속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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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한 번쯤 가져봤을 몽상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내가 신처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정말 행복할까.
그 환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Mr. Diabaté다.
그는 마치 황제와 같은 생활을 영위한다.
필요한 것은 모두 제공되고, 누구도 그에게 반항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부럽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공허하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삶이 정말 자유로운 삶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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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레아 시혼이 연기한 캐롤이 있다.
나는 이미 Better Call Saul에서 레아 시혼(Rhea Seehorn)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이번에도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강인하면서도, 내면의 아픔을 살짝살짝 드러내는 연기.
날카롭고 예민하지만,
그 안쪽에는 상처와 외로움이 있다.
캐롤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자주 화를 내고,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세계에서 혼자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
모두가 괜찮다고 말할 때, 혼자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그 불편함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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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리나 위드라(Karolina Wydra)가 연기한 조시아도 인상적이다.
조시아라는 인물은 배역 자체가 가진 의미가 크다.
단지 캐롤이 쓴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과 닮았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선택된 인물이다.
캐롤에게 조시아는 타인이면서도, 동시에 자기 상상력의 잔상처럼 보인다.
캐롤에게는 매우 개인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외계 군체가 된 외계 생명체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와의 갈등과 우정은 마치 외계인 ET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까워지려 한다.
조심스럽고, 어색하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그 과정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감정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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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으로 갈수록 중요한 인물이 되는 마누소스도 빼놓을 수 없다.
카를로스 마누엘 베스가(Carlos-Manuel Vesga)가 연기한 마누소스(Manousos)는 정말 존경할 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나온다.
그는 하이브라는 외계 번식에 의해 변형된 인류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의해 고난의 행군을 계속한다.
모두가 편리함을 제공하는 세계에서, 그는 그 편리함을 거부한다.
모두가 안전을 약속하는 세계에서, 그는 스스로 고통을 감수한다.
그 모습은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후반부에서는 실의에 빠져 자포자기한 캐롤에게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는 것도 바로 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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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류 중 단 13명만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상황.
나머지 인류는 개개인의 자아가 사라진 대신, 갈등도 고통도 거의 없는 이상적인 상태에 놓인다.
하지만 그 세계는 정말 이상적인가.
Pluribus는 이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친절하고, 모두가 행복하다면 개인의 불행은 틀린 것인가.
자아가 없는 평화는 정말 평화인가.
캐롤과 마누소스의 반발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다. 그것은 끝까지 “나는 나”로 남으려는 몸부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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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계 설정은 한편으로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오는 외계인 군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Pluribus의 군체성은 훨씬 부드럽고, 더 유혹적이다.
무섭게 공격해오는 적이 아니라, 친절하게 도와주려는 세계.
그래서 더 찜찜하다.
폭력보다 선의가 더 무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꽤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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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Pluribus 시즌 1은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재미있었다.
거대한 SF 설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는 끝까지 사람의 얼굴과 감정에 머문다.
캐롤의 분노, 조시아의 기묘한 친절함, 마누소스의 고집스러운 신념, Mr. Diabaté의 황제 같은 몽상까지.
각각의 등장인물이 이 이상한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비추고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드라마가 “행복한 세계”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모두가 친절하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평화로운 세계라 해도, 그 안에서 내가 나로 남을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좋은 세계일까.
Pluribus는 그 질문을 아주 독특하고 매혹적인 방식으로 던진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시즌 2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