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진료를 하다보면, 많은 종류의 다한증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대부분의 분들이 잘 모르고 낯설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항문주위 다한증입니다.
모든 다한증이 그렇지만, 이런 부위의 다한증도
일상생활에 있어서 괴로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밝은색 옷을 많이 입고, 하의가 보이는 여름철에는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꼭 바지에 오줌을 지린 것 같다고나 할까요?
축축한 하의 때문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주변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호소하시면서 저의 진료실을 방문한 분들 중에는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 항문주위로 발생했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보상성 다한증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여러 매체를 통해 보상성 다한증이 어느 곳에 발생할지 예상치 못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항문 주위로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많이 놀라고 당황하십니다.
항문주위 다한증의 빈도는 다한증 중에서도 적은 편에 속합니다.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나 척추염증에 의한 이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다한증이 이 부위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생연령은 대략 25세 이전, 사춘기 때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항문부위는 교감신경 중에서도 외톨이 교감신경절 (ganglion impar)의
영향을 받는 부위이며, 이 교감신경절은 천미골 연결부위,
쉽게 말하자면 꼬리뼈 안쪽의 윗부분에 있습니다.
그리고, 손발 다한증일 경우는 성인기가 지날수록
그 발생빈도가 많이 줄어드는 편인데 비해, 항문주위 다한증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문주위 다한증은 그 위치적 특성상 습진이나 곰팡이 감염 등의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주의를 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헐적으로 액취증 증상과 같이 냄새가 나는 땀의 분비나
땀에서 색깔이 보이는 경우 또는 피부변색 등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은 서혜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아포크린 땀샘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부위의 다한증도 다른 부위의 다한증과 마찬가지로,
조직학적으로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유발인자도 열, 운동, 스트레스가 대부분이고, 드물게는
추위 또한 유발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진단기준은 항문주위의 과도한 발한으로 인해
옷이 젖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준다면 임상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진단기준으로는 땀의 분비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임상적으로 널리 활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잘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치루, 척추관 결핵 등이 있습니다.
치료는 다른 부위의 다한증과 비슷합니다.
물론 그 원인이 특정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 때문이라면, 그것에 대한 교정이
우선이 되어야하나, 만약 위에서 말한 이차적인 원인이 없는 경우라면,
우선 드리클로나 시큐어 같은 바르는 약을 사용할 수 있고,
그 다음으로는 글리코피롤레이트 같은 먹는 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먹는 약은 전신부작용의 가능성이 다른 방법에
비해 많은 편이므로 일차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법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에 있어서 투여약제, 투여부위, 투여용량 등에 대해서는
환자분들과의 긴밀한 상담 및 시술자의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교감신경 절제술 및 외톨이 교감신경 차단술도 치료의 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성기능장애 등 여러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어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많은 이들은 동장군의 물러감을 좋아하지만, 많은 다한증 환자분들에겐
겨울의 물러감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나간 동장군을 아쉬워하며,
주절주절 또 적어보았습니다.
2012년 3월
다한증 환자이자 의사인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