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된 캐논 MF4453 프린터, 결국 힌지 교체

오래된 물건은 참 묘하다.
새 제품처럼 빠르지도 않고, 디자인이 세련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정”이 든다.

우리 집 캐논 MF4453 레이저 복합기도 그렇다.
무려 2011년 제조.
세월로 따지면 거의 골동품급인데,
아직도 인쇄도 잘 되고 스캔도 잘 된다.
토너만 갈아주면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원래는 병원에서 개업초기에서 쓰던 것인데,
여러 복합기들에게 밀려났다가,
집으로 오게 된 제품이다.

오래되다 보니, 상단 ADF(자동문서급지장치) 힌지(Hinge)가 한쪽씩 부러지기 시작했다.
기능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출력도 정상, 스캔도 정상.

하지만…

 

뚜껑이 삐딱하게 들려 있는 모습이 계속 신경 쓰였다.
닫아도 한쪽이 살짝 떠 있고,
볼 때마다 “아… 저거…” 하는 느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다.
작동만 되면 되는 건데,
은근히 거슬린다.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힌지를 주문했다.

 

무료배송에 2개 세트 10,900원.
14년 된 프린터 부품이 아직도 판매된다는 것도 신기하다.
세상 참 좋아졌다.

 

게다가 유튜브에는 친절한 분이 분해 영상까지 올려두셨다.
이 영상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영어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크크크..

처음에는 “뭐, 금방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힌지 자체는 단순한 구조인데,
교체하려면 옆판을 들어내야 한다.

위 동영상을 보기전에는 그냥 상판을 제거하려고 했었다. ㅜㅜ

옆판를 분리하고,
케이블도 빼야 하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신기했던 건
“힘들다”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것.

예전 같았으면 호기롭게 다 뜯었을 텐데,
이제는
“아… 이것도 해야 하나…”
싶다.

늙었나 보다.

그래도 막상 분해를 시작하니
오랜만에 기계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플라스틱 걸쇠 구조를 보고,
안에 무거운 스프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러진 힌지를 빼내고 새 부품을 끼우는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히 오래된 플라스틱은 잘 부서져서
괜히 힘 줬다가 다른 부분 깨질까 봐 조심조심 작업했다.

그리고 드디어 조립 완료.

뚜껑이 반듯하게 닫힌다.
좌우 균형도 딱 맞는다.
삐딱하게 튀어나와 있던 모습이 사라졌다.

기능은 원래도 정상이었지만,
마음은 이제야 정상(?)이 된 느낌이다.

이런 걸 보면
수리는 단순히 고장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불편함을 고치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다.

새 프린터를 사는 게 더 쉽고 빠를 수도 있었지만,
14년 된 기계를 다시 반듯하게 만들어 놓고 보니
괜히 뿌듯하다.

 

상판이 바르게 닫힌 것을 보니,
마음의 평화가 온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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