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마음의 병인가요?
오늘도 저의 진료실에는 엄마와 아들 (또는 딸)이 많이 오십니다.
“저희 아들 (딸)이 손에서 땀이 너무 많이 나요. 공부할 때 지장이 있어서 큰일이에요. 친구사이에서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 같고…”
어머니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하고, 옆에 있던 자녀는 말없이 앉아 있습니다. 위축이 되는 친구도 있고, 어머니께 작은 반항 아닌 반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땀이 많이 나는 당사자의 심정이야 오죽할까요? 심지어 상담글에서 손에 너무 땀이 많이 난다며 죽고 싶다고 썼던 어떤 여학생이 떠오릅니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당사자의 심정을 주변사람이, 아무리 가족이더라도, 십분 헤아려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다음 말이 저를 더욱 마음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애가 너무 예민해서…”
“저희 애가 심리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가 나오면 옆에 앉아 있던 자녀는 더 위축이 되거나 체념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다한증이 있는 사람들 중에 좀 민감한 사람들도 있고,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네요.
자, 그러면 어머니의 이런 말들은 사실일까요?
실제로 예전에는 다한증환자 중 많은 수가 예민한 성격을 보여서, 불안장애와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작용이 서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정신과적인 치료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에서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러나 정신과적인 치료효과가 각 사람들마다 일정치 않고, 대부분의 경우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 등 다른 치료도 동반했던 경우가 많아 정신과적인 치료가 과연 단독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제기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 많은 연구들이 다시 이루어 졌습니다.
Ruchinskas 등이 2002년에 발표한 “정신병리학과 일차성 다한증의 연관성” 이라는 논문에서 다한증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상태–특성 불안척도와 미네소타 다면인격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일부 다한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불안증상이나 경도의 우울증상은 다한증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고, 이런 정신적인 측면들이 다한증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Karaca 등이 2007년에 발표한 “일차성 다한증 환자들의 기질과 성격” 이라는 논문에서도 일차성 다한증과 인격장애와 연관이 없고, 사회공포증과도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내에서도 아주대학교에서 2008년에 “다한증 환자에서의 다면적 인성검사 분석” 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역시 다한증 환자의 인성이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정리하자면 남들보다 유난히 예민하거나 심리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다한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다한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으로 인해 일부환자에서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으로 다한증이 유발하는 불편감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입니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말보다는 다한증의 증상을 잘 조절하면서 심리적으로 계속 지지와 격려를 보내 주는 것이 이 다한증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힘주어 말씀드리자면,
다한증은 심리적, 정신적인 마음의 병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되어야 할 개개인의 특성일 뿐입니다. 우리사회가 다한증으로 불편을 겪는 모든 분들이 오해받는 일 없이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다한증을 치료하는 의료인으로서 이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2011년 11월 7일
에비타 다한증 클리닉
원장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