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그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말, 연시라고 해서 기분 내는 계절인데,
다한증 환자들에게는 여름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부쩍 인터넷 상담이나 진료실 현장에서
손, 발이 땀이 나면서 너무 차갑다는 호소가 많습니다.
여름에는 흔치 않았던 것 이지요.
원래 땀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배출해 주는 등 많은 역할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조절 기능입니다.
우리 몸의 체온이 올라가게 되면,
피부에 있는 작은 혈관들이 확장하면서,
몸의 중심부분의 체온을 몸의 표면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리고, 땀샘에서 땀분비가 이루어져서 피부표면을 식히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몸의 표면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중심온도도 내려가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자율신경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다한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 온도조절기능과 땀분비 기능이
매우 부드럽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다한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기능들이 부드럽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자율신경계가 예민하게 작동한다고 할까요?
물론 많은 경우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 겨울이 되면
다한증 환자분들 중 증상이 좋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다한증 환자분들 중에서는
실내에서는 괜찮은데 장갑이나 양말, 또는 구두를 신으면 땀이 많이 나는 경우라든지
실내에서만 땀이 많이 나서 곤란함을 겪는 경우 등
특이한 증상으로 불편을 겪는 경우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다한증이 없는 경우에는
땀이 나서 체온이 내려가게 되면, 더 이상의 땀 분비를 억제하여
추가적인 체온저하를 막게 되는데,
다한증이 있는 경우에는 땀이 나서 체온이 내려간 경우에도
땀분비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 추가적인 체온저하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현상 때문에 다한증 환자분들이 가을과 겨울에
땀과 땀이 나는 부위의 체온 저하로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손, 발 다한증 환자에게 있어 손, 발이 찬 증상을 흔히 ‘수족냉증’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진료실에서의 직접상담이나 온라인 게시판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지요.)
하지만 수족냉증이라는 것은 정확한 진단명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손이나 발이 찬 증상’을 뭉뚱그려 이야기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수족냉증’은 손이나 발의 동맥이나 신경이 문제가 있을 경우에 잘 생기게 되며
대표적인 것이 말초동맥폐색질환이나 레이노드 (Raynaud) 증후군입니다.
말초동맥폐색질환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와 비슷하게
흡연이나 음주 등 건강치 못한 생활습관과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원인이 되어
혈관이 여러 염증 물질들과 지방질 등에 의해 막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레이노드 증후군은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동맥의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부분적 경련현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역시 교감신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던 이 질환들은 손이나 발 등 우리 몸의 말초 부분으로
혈액순환이 되지 못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말초 부위는 차가워지겠지요.
다만 이런 경우는 땀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에 손이나 발이 찬 증상이 지속된다면
이 증상이 단순히 발한 후에 발생하는 체온감소 현상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말초동맥폐색질환이나 레이노드 증후군 같은 동맥질환이 동반되어 있지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깊어가는 겨울,
수족냉증과 다한증을 동반한 환자분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2012년에는 더 좋은 다한증 치료법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2012년 1월 17일
다한증 환자이자 의사인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