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꼴초이자, 애연가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처음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것은 고3때,, 전기대학교 입시에 떨어지고 나서이다.
그전에, 경신고 문예부 친구들인,,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원표, 캐나다로 이민간 종근이와 함께 고2때인가 담배를 펴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구역질이 나고, 현기증이 나서,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인한 무기정학인 상태로,, 학력고사에서 전기대학교에서 떨어지고 나서,,
그 친구들과 진탕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처음 핀 것이었다.
그리고, 새벽에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와서,, 아파트 현관에서 어머니에게 죄송하다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데,,
가슴의 포켓에서 담배와 라이터가 떨어졌다..
그 때,, 어머니는 그냥, 아무말 없이.. 담배를 주워서 다시 가슴에 넣어 주셨다.
그리고, 대학때,, 나름 매일 세미나와 모임, 술자리에서 담배는 빼놓을 수 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기차에 재털이가 있고, 버스안에서 담배를 피던 시절을 막 지난 만큼..
방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나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
내가 생각나는 애연가는 3명이 있다.
첫째는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이 시인은 그의 호를 꽁초라 바꾸어 불릴 정도의 고수이셨다.
더구나 서울 경신고등학교의 대선배..
이분의 허무주의 성향의 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면서도 담배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둘째는 등소평,, 그가 이야기한 흡연의 10대 장점이 재미있다.
(담배를 피우면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 흡연은 인내를 기른다. / 흡연은 일종의 오락이다. 흡연마저 없었더라면 오락이 없는 중국에서는 잠자는 일밖에 없으니 인구가 더 늘었을 것. / 흡연은 사교에 도움을 준다. / 흡연은 국가 재정에 큰 공헌을 한다. / 흡연은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일이 순조롭게 풀리도록 해 준다. /흡연은 젊은이에게는 낭만을, 늙은이에게는 위엄을 갖추도록 해 준다. /흡연은 흥정을 할 때 묘책을 찾아내는 시간적 여유를 줘 비 흡연자보다 흥정에 이길 확률을 높인다. /흡연은 정서에 도움을 준다. /국가가 담배사업을 관장하기 때문에 흡연으로 나온 이익금이 국가 발전 곳곳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는 소설가 이외수씨,, 그는 최근에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외수씨의 소설 “들개”에서 주인공이 담배를 피기위한 처절한(?) 사투는 이외수 자신의 경험담인 듯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
어쨋든..
왜 나도 골초가 되었을까?
나름 생각을 해보니,, 이 또한 4가지의 큰 이유가 있는 듯 하다.
1. 구순기의 결핍
어쩔 수 없는 가정사에 의해서, 0-2세의 구순기(Oral Phase)에 나는 모유를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정신성적 결핍에 의한 것인지..
입술에 무는 담배에 대한 무의식적 애착이 생긴 것은 아닐까?
마치 요새 초등학생들이 많이 하는 “피젯 스피너”처럼,,
나또한 피젯 행위로서, 구순에 대한 집착을 담배로서 해결하는지도 모른다.
2. 흡연이라는 행위와 동반된 환경 조성
담배라는 것은 꼭 니코틴의 흡수만이 목적이 아닌 것 같다.
담배를 꺼내는 동작, 불을 붙이는 동작, 빠는 행위, 재를 터는 행위.. 이 습관화된 익숙한 행위가 친숙함을 유도한다.
특히나, 연기와 냄새는 낯선 환경에서, 일정 공간을 나의 공간으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치, 개와 같은 동물들이 전봇대에 오줌을 싸서, 냄새로 영역표시를 하듯이..
타인과의 공간, 과밀도의 도시 공간에서의 담배와 연기,
미곡, 그 냄새는 비흡연자에게는 곤욕일지 몰라도,,
흡연가에게는 “여기,, 이 정도 공간은 내공간이야~’라는 구역 표시의 행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4분30초가량의 시간의 소비.
4분가량의 시간은 참 애매한 시간이다. 무언가를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 시간은 커피를 즐기기에도, 음악을 듣기에도 무언가 부족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잠시 멍때리면서, 의미없는 동작과 생각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사실 흡연이다.
특히나, 나같은 외과의사들은 바쁜 일정중에 비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다음 진료나 수술까지의 약 1,20분의 시간..
그 시간동안 피우는 약 2가치의 담배가 가장 나름 적절한 시간의 활용이었다.
10분내외의 시간동안 책을 읽기도 뭐하고,
그냥 담배를 피면서, 앞으로의 수술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
다음 환자는 이런이런 부분을 처치해야지. 하는 구상의 시간을 갖는데..
그 시간동안 팔짱을 끼고 있기보다는 담배를 찾은 것 같다.
4. 쉬운 구입과 낭비.
Easy Get, Easy Waste.
매일매일 가계부를 쓰는 나에게서, 가장 큰 지출은 매달 20만원이상이 지출되는 담배 구입비이다.
골프도 안치고, 다른 낙이 없는 나에게 있어서는 도서구입비, 컴퓨터에 쓰는 돈.. 들보다 많은 액수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나마 유일한 낙이.. 흡연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어디서나 쉽게.. 구입하고,, 흡연장소를 찾고,,(요즘엔 좀 어려워졌지만, )
담배를 피우고, 또,,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
흡연자체는 애착을 넘어, 욕망이 되었고.
담배는 현대사회에서 쉽게 낭비(?)의 쾌락을 주는 물질이기는 하다.
….
그런데,,
나의 흡연, 애연 생활에 대한 장애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쩔 수 없기는 하다.
1. 흉부외과의사가 담배를 피냐?라는 이야기가 흔히 듣는다.
(사실, 흡연과 폐암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심정적인 이유로 담배회사측의 편을 들었었다.
금연광고를 한 코디디언 고 이주일씨도, 사실,, 흡연과 관계없는 선암이 아니었냐,, 부터 시작해서,,
살다보니, 만병의 근본은 스트레스이고,, 흡연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면, 거기서 얻는 이득이 더 많이 않냐는 괘론까지..)
..
그런데,,
사실, 내가 수술한 환자들에게 주는 수술후 안내문에는 모두 “수술 후 실밥을 풀 때까지는 금연을 하십시오.. “라고 적혀있다.
흡연의 혈액순환을 억제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부분이 부작용이나 창상감염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 가족들의 반대.
아내는 거의 반포기상태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아들의 간섭이 심해진다.
그런데, 아들은 학교에서의 교육을 바탕으로 감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양쪽에서 공격을 해온다.
문제는 이러한 공격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맞서는 나는 상대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피곤해기 시작했다.
3. 이제는 줄일 때도 되지 않았나?
나이가 50에 가까워지면, 은근히,, 건강에 대한 겁이 많아진다.
가벼운 흉통이나, 어깨의 뻐근함에도,
아는 것이 병이라고,, 뜨끔 놀랄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장 큰 책임소재가 되는 것은 비만보다는 흡연이다.
4. 냄새에 대한 염려
사실, 나에게서 담배냄새가 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환자분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삐딱하게. 냄새가 싫으면,, 다른 의사한테 가면 되지. 라고 건방을 떨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충고에 대해서, ,이제는 귀담아 들을 나이가 되었다.
더구나, 내가 액취증 등의 냄새에 대한 불편을 수술을 많이 하는 만큼..
냄새라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할수록,,
참.. 생리학적으로 해부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도 직극히 감성적인 것이며, 오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독특한 담배의 냄새, 때문에 내가 흡연을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비흡연자에게는 감정적인 거부감이 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더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의 체취는 변화한다.
생물학적으로 그 노화의 냄새를 인간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감지하고, 안좋은 감성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만큼..
나도 나이를 들어가면서, 나의 냄새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물론,, 금연에 대한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보건소의 금연담당자는,, 내 흡연력과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고는,,
나는 금연에 성공하기 힘들것이라는,, 예언과 같은 말을 했었다.
웰부트린도 자가 처방해서 먹어보았고,, 니코틴 패치도 써보았고,,
최근에는 이른바 액상 전자담배를 종류별로 구입해서, 사용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담배는 앞서 정리한 나의 흡연이유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실감하는 말이..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금연처럼 쉬운 일이 없다. 오늘 끊었다 내일 다시 피우고, 내일 끊었다 모레 다시 피우고….” – 헤밍웨이
….
그러다가, 올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흡연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계속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가..
귀국길의 면세점에서 이른바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아이코스”라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시 면세점에서 구입할까 하다가,, 그냥 포기하였는데..
어제, 드디어 한국에 출시를 했기에..
급하게 홈페이지에서 출시기념 할인 쿠폰 출력해서,, 병원뒤 CU편의점에 찾아갔더니..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핸드폰 번호를 남겨 놓았는데,
마침, 미리 예약한 사람이 포기한 제품이 있다고 해서,,
퇴근길에 구입을 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참 불편하기는 하다..
반면에! 잘하면, 이리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1. 우선 입술에 물리는 느낌이 비슷하다.
기존의 전자담배에서는 플라스틱 조각을 무는 느낌이 싫었는데..
이 아이코스는 똑같이 필터가 이빨에 살짝 물리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2. 분무량은 이 정도면 괜찮다.
기존 전자담배는 작은 분무량때문에 분무량을 늘리는 액상을 첨가하기도 했는데,
분무량이 작다는 평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3. 하지만,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처음에는 충전하는 과정이나, 빼고 버리는 과정이 귀찮았고,,
몇개는 잘못해서 버리기도 했다.
기존의 담배는 이지겟, 이지웨이스트에 비해서,,
과정이 복잡하다.
더구나, 항상 2~3개피를 연달아 피는 Chain Smoker의 습관이 있는 나한데..
한대를 피고 나서는 새로 2,3분간 충전을 해야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에, 한편으로는 생각하면, 줄담배 습관을 줄여줄 수도 있기는 하다.
한편으로, 이러한 구차스러운 과정들은
마치, 쉬운 MP3로 음악듣기에서..
LP판을 닦고, 턴테이블에 올리고, 침압을 올리는 아나로그 과정으로의 회귀라고 자위하고 있다.
4. 굽는 냄새와 향이 너무 낯설다.
어릴적 평내의 이모할머니께서 피시던 곰방대 같은 느낌..
과정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마치,, 내 담배가 아닌 친구가 건넨,, 이상한 상표의 중국산 담배를 피는 맛과 향이다.
하지만, 태우는 방식이 아닌, 굽는 방식인 만큼…
이 정도는 이해해야지하고 생각한다.
뭐, 오리고기도 숯불에 구워먹는 것보다는 쪄서 먹는 것이 몸에 더 좋다고 하는데.. ^^;
그러고 보니..
대학때. 시험때만 되면 도라지를 피던 친구가 생각나다.
몸은 피곤한데.. 보약 사먹을 돈은 없고,,
왠지 도라지를 피면, 몸에 좋을 것 같다는,, 친구,, 흐흐..
5. 입술의 건조감이 있다.
기존의 코일식 전자담배의 단점 중의 하나는 열감이다.
애연가들은 궐련초가 점차 짧아지면서 느끼는 손가락 끝의 열감을 안다.
점차 뜨꺼워질수록 담배는 짧아지는 것이고, 그만 피고, 버릴 때가 가까워진 것이다.
이 히팅방식은 그러한 열감을 미약하게나마, 궐련과 비슷하게 하였다.
하지만, 찌는 방식의 단점인지. 입술에 건조감이 더 느껴진다.
안그래도, 본체, 충전기. 답배 등등..
기존의 담배, 라이터와 달리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제품인데..
거기에 더해서 립클로즈도 한개 더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6. 화재의 위험이 작아졌다.
담배를 피고나서는 항상 꽁초의 처리가 문제였었다.
최근에는 흡연장소가 없어지면서, 꽁초의 처리가 난감할 때가 많았다.
더구나, 이러한 불씨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는 화재의 위험이 있다.
새로운 전자담배는 그러한 염려가 100%는 아니지만, 훨씬 작아졌다.
….
어쨋든…
앞으로 보다 혁신적인 흡연 도구가 나오기 전에는
이 아이코스라는 전자담배로
마지막 발악(?)을 해 보아야 겠다.
혹자는,, 전자담배도 몸에 해로운데. 라고 하는데..
사실, 기존의 궐련 담배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성분이 더 많다고 한다.
반면에, 차라리,, 이보다는 해로운 성분이 보다 많이 밝혀진 전자담배가 더 낳지 않을까?
….
외국인 수술환자가 빵꾸를 내시는 바람에..
오늘은 새로나온 아이코스를 사용하면서,, 담배에 대한 단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