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교병원에서, 외래교수 임명장이 등기로 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달 전에 전화연락을 받고 서류들을 보내고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챙겨주는 의국동문들이 고맙다.
그런데,,
문득 씁쓸한 생각이 들어서, 끄적거려 본다.
…
요새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기억으로는 개업의 들이 “외래교수”로 임명받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특히나, 마케팅이 중요한 과들은 경쟁도 있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흉부외과는, 실지로 개업의가 전체의 50%에 근접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이 개업한 경우도 많아서 인지,
나와같이, 외래교수 임명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다.
(실지로, 수년전에는 모교 서울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생색을 좀 내길래, 그냥 필요없다고 거절도 했었다.)
..
그리고, 어제 이 신문기사와 오버랩이 되면서,
[현장 진단] 병원 외과 ‘수술 절벽’ 현실화 http://naver.me/5841rZ9r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인식이 된다.
..
안그래도 얼마전에 심평원에서 환수조치를 받았었다.
2시간이 넘는 여유증 수술의 보험 수가가 한쪽당 35만원가량.
양쪽 70만원가량의 수술비안에는 실값, 거즈값, 수술기구, 인력비가 다 포함된 가격이다.
좋은 실 쓰고, 좋은 재료 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래서, 나름대로,, 지혈과 피부쳐짐방지 등을 위해서 레이저도 하고, 유착방지제도 넣고,, 등등..
이른바 비급여 재료대나 처치비를 넣어서, 원가 이하의 수술비를 보존하고,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수입을 만들려고 했으나,
그나마도 환수조치를 당했으니,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손해를 보고 수술을 해 준 것이 된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어디서 이득이 나서, 압구정 90평 임대료도 내고, 내 사랑스러운 직원들 월급도 주고,
내 돈주고 산 수천만원짜리 장비들 리스비도 갚고,
거기서 내 월급(?)이라도 보존하라는 것인가?
..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 흉부외과나 외과는 개업을 해서도, 건강보험내에서 합법적으로 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그러니, 흉부외과! “외래교수”라는 명예직책은 불필요해지기까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합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참, 뭐시기하다. 병원이 수입을 내면 불법인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은 통큰치킨이어야만 하는가? 닭한마리 원가만 따지고, 알바생, 배달원, 기름값, 임대료 등은 생각하지 않는 무지는
왜 의료에만 다들 공감하는 것일까?)
나는 그나마 외국인 중심으로 병원을 꾸려나가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있다고 자위하지만,
이렇게 피하지 못하고, 합법적 아니, 규정내에서 외과나 흉부외과 진료를 보라는 것은 그냥,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더러워서, 안한다.. 솔직히.. )
보험수가를 이렇게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심사자료를 제출해도, 반려시키는 심평원에 근무하는 노예(노의)들,,
자본주의에 살면서, 18세기 생각을 가진 바보들… 참,.. 할말이 없다.
오늘도, 토요일 병원에 나와서,
어제 수술한 환자의 드레싱을 끝내고 또,, 궁시렁 거린다.
그나마, 나이가 드니깐, 남의 눈치 볼 일도 별로 없고, 혼자서 마음껏 궁시렁궁시렁 거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