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

아침 출근길에 듣는 TBS라디오, “길에서 만난 고전”이라는 코너가 재미있다.

이것저것 결단을 해야할 일이 많은 때,, 좋은 이야기를 듣고는,, TBS찾아가서, 갈무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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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

천하를 통일한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세상을 떠나자, 천하는 황후 여씨(呂氏) 일족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 고조의 아들 도혜왕(悼惠王) 유비(劉肥)는 군사를 일으켜 여씨들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미처 행동에 나서기도 전에 여씨 편에 붙은 자신의 신하 소평(召平)에게 감금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도혜왕은 꾀를 내어 소평에게 사람을 보내 말했습니다.
“당신이 왕을 감금한 건 아주 잘한 일이오. 이제 왕은 내가 지키고 있을테니, 당신은 빨리 이 사실을 조정에 알리도록 하시오.”
소평이 그 말에 속아 자리를 비우자, 도혜왕은 잽싸게 빠져나와 군사를 이끌고 소평을 뒤쫓았습니다. 도혜왕의 군사에게 포위된 소평은 그제서야 속은 걸 깨닫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더니, 바로 이걸 두고 한 말이구나.”
소평은 마침내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사기(史記)》 <도혜왕세가(悼惠王世家)>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소평이 도혜왕을 감금해놓고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느라 머뭇거린 덕택에 도혜왕은 꾀를 내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소평이 결단을 내려 도혜왕을 곧바로 죽였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도리어 화를 입은 것입니다.

판단은 신속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속한 판단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정확한 판단은 신속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판단보다는 신속한 판단이라고 합니다. 신속한 판단은 틀리더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판단을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신속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이 리더의 자질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판단을 미루는 리더는 조직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 법입니다.

2014년 6월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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