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

DP의 다사(DASA) 하월님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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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은 자의 슬픔

만주벌에서 풍찬노숙하던 이우석 청년
서로군정서에서 북로군정서까지 병서 옮기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사들인 삼만의 신식총
백두산 화룡헌 청산리에 가져왔지
삼일 밤낮을 싸워 청사 빛냈건만
마침내 부대원들 뿔뿔이 흩어져
로스케 한인부대 찾아갔건만
볼셰비즘에 물든 사람들과 다투다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했지
눈보라 몰아치고 달님도 잠든 날 밤
시베리아 탈출한 그 사내
다시 만주벌 누비는데 조국은 해방되었지
그러나 상처뿐인 몸뚱이로 엿장수 되었지
의혈남아 기개와 순정뿐인 그 사내
포상 심사에서 빠지더니
십팔 년 뒤에야 오만 천 원씩 연금 받았지
난곡 철거민촌 단칸 셋방에서
부인은 파출부로 여든일곱 그 사낸
막노동판에서 노익장 자랑한다지
공장에서 첫 월급 십이만 원 받아온
외아들이 그 사내의 기쁨과 희망이지

– 민병일, [여수로 가는 막차]



김호석, <분노를 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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